Digitalian

"인간과 인공지능"

심리지능

사람에게 데이고 사람으로 치유받는 우리들

digitalian 2025. 9. 29. 21:11

혹시 이런 날 없으신가요?

 

혼자 있는 시간의 고요함이 너무나 달콤해서 '역시 난 혼자가 체질이야'라고 생각하다가도, 문득 창밖의 웃음소리 하나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외로움에 휩싸이는 날 말입니다.

 

저는 오랫동안 이 잔인한 줄다리기 위에서 살아왔습니다. 사람이 그리워 세상의 문을 열면, 쏟아지는 소음들이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마음을 할퀴었습니다. 옆 사람의 무심한 말투, 분주한 발걸음, 심지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느껴지는 타인의 무게감에 지쳐 다시 침묵의 방으로 도망치곤 했죠.

 

어느 날 문득 이런 의심이 들었습니다.

 

'내가 그리워하는 건 진짜 '사람'이 맞을까?' 어쩌면 저는 저만을 위한 완벽한 메아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. 내 이야기에 100% 공감해주고, 내 편만 들어주고, 나의 상처를 정확히 알아보고 다정하게 입 맞춰주는 존재. 하지만 그건 타인이 아니라, 제 이기심이 빚어낸 아름다운 신기루일 뿐이었습니다.

 

재미있는 건,

인간은 역사 내내 이런 신기루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. 우리는 하늘에 신(神)이라는 완벽한 이해자를 만들어두고, 그에게 가장 깊은 외로움을 고백하며 위로받아왔으니까요. 혼자서는 온전해질 수 없다는 것, 우리는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?

 

그래서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.

'이 지긋지긋한 모순을 어떻게 없앨까?'가 아니라, '이 모순이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증거가 아닐까?' 하고 말입니다.

 

생각해보면, 타인의 소리가 저를 파괴한 게 아니었습니다. 완벽한 위로를 기대했던 저의 갈망이, 현실의 모든 소리를 '소음'으로 규정해버린 것이었죠.

 

제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방음벽을 치는 게 아니라, 기대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불완전하고 서툰 타인의 소리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는 '용기'를 내는 것이었습니다.

 

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. 넘어져도 괜찮습니다. 그 불완전한 소리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.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'사람의 온기'는, 사실 타인이 주는 난로가 아니라 불완전한 서로를 향해 손 내밀 때 제 안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작은 불씨였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.

 

오늘도 저는 사람이 그립습니다.

그리고 이제는, 그 사실이 조금은 자랑스럽습니다. 여전히 연결되기를 포기하지 않은, 꽤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증거일 테니까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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